나의 이야기

2018년 3월 28일 오후 02:02

정명원 2018. 3. 28. 14:04



겨우내 이 화려한 봄을 준비한 봄꽃들은 참으로 기특하다.
늘 무심한 듯 서 있던 나무들이 자기 세상이 왔다고 온 천지를 향해 외친다.

집 앞 벚나무는 몇날 며칠을 팝콘 터지기 직전의 붉은 갈색 열매들을 달고 있다가 드디어 하얗게 터졌다.
아이가 어릴 적은 전자레인지가 없어 프라이팬에 옥수수기름 살짝 두르고 말린 옥수수 알갱이들을 넣어 유리 뚜껑을 닫고 지키노라면 노란 알갱이들이 요리조리 구르다 갈색이 짙어지면 가만히 멈추고는 톡 터질 분비를 한다.
하나가 툭하며 신호를 보내면 옆에서 너도나도 모두 팡팡 축포처럼 터져준다. 집 앞의 벚나무들이 언제 꽃필까 아침저녁으로 살피면서 저 팝콘 곧 터질거야 했는데 어제 오늘 아낌없이 터트려 하얗게 매달렸다 팝콘처럼
아들도 자라 팝콘 달라 보채는 일 없고 나도 강냉이는 사지만 기름기의 팝콘을 즐기지 않지는데.
매년 봄마다 벚꽃은 하얀 팝콘 같은 꽃들을 활짝 꽃피운다.

<< 벗에게 부탁함 >>

by 정호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창작과비평,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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